공동주택 정원에서 목격한 다양한 사람들

22년 12월 초에 이사한 원룸은 공동주택 건물의 꼭대기 층이고, 코너에 있는 특별한 집이다. 하필 꼭대기에 코너에 있는 집을 골랐는지 의야 하겠지만 나는 이 집이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동주택 정원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첫 원룸은 건물의 공용 정원이 위치한 5층이었고, 사실상 1층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필 정원으로 들어가는 여닫이문 앞이라 매일 밤낮으로 사람들의 무신경한 쾅쾅거리는 문 소리에 고통을 받는 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정원에 오는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공동주택 정원

공동주택 정원에 나오는 사람들 유형

개 산책 후 용변 치우지 않는 사람

일단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주요 산책 포인트다. 평화롭게 개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즐겁지만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정원에는 안 좋은 냄새가 많이 난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안내문을 곳곳에 다 붙여뒀겠으나 소 귀에 경 읽기다. 애초에 안내문을 읽고 안 할 사람이라면 원래부터 그러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연규정 무시하고 담배 피우고 버리고 가는 사람

개 똥도 개 똥이지만 제일 심각한 것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다. 건물 내부에 속한 외부 같은 공간이지만 엄연히 내부 공간이고, 금연이라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개똥 냄새나는 정원을 매번 힘들게 청소하는 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창의적인 위치에 담배꽁초와 담뱃갑 쓰레기를 던져버리고 가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새벽에도 바깥에 나와 소음을 내는 사람

다음은 자정 이후에도 계속 소음을 내는 사람들이다. 그중 한 사람은 매번 같은 시간에 나와 새벽 2시까지 통화를 하는데 전반적인 목소리가 너무 커서 통화 내용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깔깔 웃는 소리도 어찌나 크던지 이 밤에도 그런 목소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밤중 뜬금없이 둘샛이 넘는 사람들이 정원에 들어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든지, 정원 바닥에서 밤새 술판을 벌이고 떠든다든지 등등 매번 새롭게 충격이다. 그나마 추운 겨울이나 비 오는 날은 이들로부터 벗어나 숙면을 할 수 있는 평화로운 날이다.

내가 이사 가기 바로 전에는 높은 층에서 쓰레기를 투척해 돔처럼 생긴 상가 천장이 깨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또 정원에 나와 본인 빨래를 들고나와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우를 보고 나니 정원은 더 이상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었다.

공동주택에 딸린 정원과는 무조건 떨어진 층에 집을 구하고 싶었던 나는 꼭대기 층인 현재의 집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의 현재 집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공용 정원에서 멀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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