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나는 내 노트북을 구경했다. 나의 노트북은 애플의 맥북프로다.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몸체와 15인치의 커다란 화면을 가진 멋진 노트북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애플만의 깔끔한 UI가 정말 마음에 쏙 든다.
나의 첫 노트북(LG전자 Z330)은 부모님께서 사주셨다. 대학교 입학 선물이다. 준수한 성능으로 프로그래밍 과제에 적당했고, 얇고 가벼운 울트라북이라 들고 다니기 좋았다. 금속 재질의 헤어라인이 들어간 외형은 특별했다. 나의 첫 노트북은 잔 고장 한번 없이 나의 대학시절을 함께 했다.
나는 잠시 휴학을 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독학했다.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디자인 일을 했는데 실력을 키우려고 집에서도 노트북으로 매일 편집을 공부했다. 용량이 큰 포토샵 파일을 노트북이 많이 버거워했고 자꾸 커서가 멈춰서 인내하며 사용하느라 힘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디자인 일을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개발뿐만 아니라 발표 자료를 만드는 일 등 컴퓨터를 사용할 일은 점점 늘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늘 말썽이었다. 작은 디스플레이는 빛 번짐이 심해 오랜 시간 응시하기에 너무 눈이 아팠고 모니터를 사서 쓰는 것으로 일단 버텨보았다.
그렇게 버티기를 6년. 그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450만 원이 훌쩍 넘는 맥북 프로를 구입했다. 부모님께는 비밀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심에 도움을 준 이가 두 명이 있다. 내 친구와 작은 이모다.
친구는 윈도우 컴퓨터만 줄곧 사용해오던 나에게 맥북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준 인물이다. 맥북을 꼭 써보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나를 알고 있는 친구는 맥북프로에 대한 확신에 찬 긍정적인 본인의 경험담과 함께 꼭 사야한다고 말해줬다. 매일 쓰는 물건이니 얼마나 더 가치 있는 소비겠냐며 설득하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선뜻 구입하지 못했다. 물건을 오래 쓰는 내 특성을 고려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괜찮은 사양을 사고 싶었는데 맥북 프로를 사기에 돈이 부족했다. 너무 사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LG의 그램을 사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싶어서 자꾸 인터넷에서 검색만 검색만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이모집에서 지냈는데, 그런 나를 보고 계시던 작은 이모가 컴퓨터가 얼마 정도 되느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가격을 말씀드렸다. 5분도 안되는 찰나가 지날 무렵, 은행 계좌로 500만 원이 들어왔다. ‘뜻하는 바에 사용해라’라는 말씀과 함께 이모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스타트업을 하겠다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조카를 응원하는 이모의 코끝이 찡해지는 따듯한 마음이었다.
따듯하고 소중한 마음들 덕분에 나는 내가 가지고 싶었던 맥북프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맥북프로와 7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그때 정말 맥북 프로를 구매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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