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팁 테트라 이야기 1편 (aka 물생활)

방금 나는 플라스틱 양동이에 물을 받았다. 내일은 토요일 아침이다. 어항 청소를 해주려고 한다. 요새 부쩍 어항에 이끼가 생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물고기들은 여전히 즐거워 보이지만 어항을 바라볼 때마다 아! 어항 청소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던 나의 작은 결심이었다.

해 잘 들고(?) 목 좋은 곳에 위치한 30자 큐브 어항에는 적도 부근이 원산지인 음성 수초 ‘나나’와 근 2년 동안 튼실하게 살아남은 ‘실버팁 테트라’ 두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원래 좀 더 많은 숫자의 실버팁 테트라가 서식하던 나의 어항은 이제 단출한 식구 두 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30자 큐브 어항에 스펀지 여과기로 물잡는 중

2021년 3월, 물생활(어항에서 생물을 키우는 일)을 시작했다. 30자 큐브 어항과 실버팁 테트라 5마리는 스타트업을 함께하는 친구의 깜짝 선물이었다. 매번 친구의 어항을 부러워하던 모습을 기억했던 것일까. 친구는 열대어가 걸리는 감기라고 불리는 ‘백점병’을 소금 목욕을 통해 손수 치료하는 나이팅게일이었다. 든든한 물생활 선배의 지식과 경험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 없이 실버팁 테트라는 우리 집에 터줏대감이 되었다.

일단 어항이 생기고 나니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것을 물멍(물을 멍하니 보다)이라고 한다.

물멍을 하다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란 경험을 했다. 그것은 바로, 꼬물거리는 치어(어린 물고기)를 발견한 것이다. 알(?)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치어가 돌아다니고 있던 걸까. 볼펜 똥보다 작은 치어를 위해 치어통을 구입했다. 내가 구입한 치어통은 어항위에 둥둥 띄워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치어통에 들어간 올챙이 모양의 치어는 살아남지 못했다.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저녁에 들어와 어항 조명을 켜주고 삼십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어항에 넣어준 돌 주변을 실버팁 두 마리가 미친 속도로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실버팁이 사나운 성격이기도 해서 여느 때처럼 세력 다툼하는가 했다.

돌 주변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무언가가 보였다. 눈을 정말 크게 뜨고 보니 그건 전부 알이었다. 매일 저녁에 어항 조명을 켤 때 실버팁이 산란을 해온 것이다. 빠른 산란에 허기가 졌는지, 삽시간에 알을 먹으려는 실버팁 테트라들 사이로 열심히 알들을 집어 치어통에 넣어줬다. (알이 워낙 작아 세밀한 스포이트로 정말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했다.)

감사하게도 치어통에서 많은 알들이 부화해 치어로 태어났다. 동그란 알에서 점점 긴 꼬리가 자라나고 눈이 생겨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작은 녀석들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나날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치어 키우기를 그만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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