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팁 테트라 이야기 2편 치어 키우기

실버팁 테트라가 낳은 소중한 치어 30마리를 잘 키워내고 싶었던 나는 매일 치어항을 눈을 부릅뜨고 관리했다. 작은 치어들이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관리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새벽까지 돌봐야 했다. 그러나 가루 형태의 치어밥을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자세히 보면 귀여운 치어가 보인다.

그날은 내가 늦잠을 잔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치어항을 구경하기 위해 어항으로 다가가다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예감은 맞았다. 치어통에 실버팁테트라 한 마리가 파닥거리며 들어가 있었다.

치어항에 들어간 녀석은 아주 똑똑하고 난폭한 나의 집중 관리 대상 1호였다. 물 밖의 작은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숨는 물고기들과 다르게 이 녀석은 바깥이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나와서 물 밖을 주시한다.

시각도 뛰어난데 먹이 욕심도 많아서 어항 밖 유리에 붙은 미세한 먼지도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보려고 애쓴다. 내가 먹이를 줄 것 같으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제일 먼저 발견해 아주 빨리 다 먹어버린다. 녀석의 욕심이 과한 날에는 그 순간 물이 튀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녀석이 치어항 가까이에 붙어 있었는데 그게 움직이는 투명한 치어를 구경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데 녀석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녀석은 결국 치어항에 들어갔다. 분명 점프를 했을 것 같다.

치어항의 모든 치어는 사라졌고 까만색 똥만 있었다. 정말 화가 나면서도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손가락 관절을 희생하며 매일 치어가 자라나기를 고대하는 나를 알고 있는 건지… 하지만 녀석이 알 리가 있을까 싶었다. 비좁은 치어항에서 스트레스 받았을 녀석을 풀어주고 치어항을 치웠다.

더 이상 알을 부화시키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그 뒤로도 실버팁은 알들을 주기적으로 많이 낳았고 꼬물거리는 치어들이 보일 때마다 치어항을 다시 꺼냈다.

비록 치어가 성어로 자라지 못했지만, 매일 어마어마한 성장을 보여준 치어들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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