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팁 테트라가 낳은 소중한 치어 30마리를 잘 키워내고 싶었던 나는 매일 치어항을 눈을 부릅뜨고 관리했다. 작은 치어들이 다칠까 봐 조심스럽게 관리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새벽까지 돌봐야 했다. 그러나 가루 형태의 치어밥을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날은 내가 늦잠을 잔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치어항을 구경하기 위해 어항으로 다가가다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예감은 맞았다. 치어통에 실버팁테트라 한 마리가 파닥거리며 들어가 있었다.
치어항에 들어간 녀석은 아주 똑똑하고 난폭한 나의 집중 관리 대상 1호였다. 물 밖의 작은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숨는 물고기들과 다르게 이 녀석은 바깥이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나와서 물 밖을 주시한다.
시각도 뛰어난데 먹이 욕심도 많아서 어항 밖 유리에 붙은 미세한 먼지도 먹이로 착각하고 먹어보려고 애쓴다. 내가 먹이를 줄 것 같으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제일 먼저 발견해 아주 빨리 다 먹어버린다. 녀석의 욕심이 과한 날에는 그 순간 물이 튀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녀석이 치어항 가까이에 붙어 있었는데 그게 움직이는 투명한 치어를 구경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데 녀석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녀석은 결국 치어항에 들어갔다. 분명 점프를 했을 것 같다.
치어항의 모든 치어는 사라졌고 까만색 똥만 있었다. 정말 화가 나면서도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손가락 관절을 희생하며 매일 치어가 자라나기를 고대하는 나를 알고 있는 건지… 하지만 녀석이 알 리가 있을까 싶었다. 비좁은 치어항에서 스트레스 받았을 녀석을 풀어주고 치어항을 치웠다.
더 이상 알을 부화시키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그 뒤로도 실버팁은 알들을 주기적으로 많이 낳았고 꼬물거리는 치어들이 보일 때마다 치어항을 다시 꺼냈다.
비록 치어가 성어로 자라지 못했지만, 매일 어마어마한 성장을 보여준 치어들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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