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집에 창문이 넓고 크다.
층간 소음 없는 꼭대기 층에 뻥 뚤린 전망 하나 보고 혹해서 계약했다.
이사 청소 하시는 분이 남겼던 코멘트: 겨울에 춥겠어요. 외풍이 셀것 같아.
이사 당일 보일러 고장으로 덜덜 떨다가 3일 가량 집에 못들어갔다.
겨우 고친 보일러, 근데 이거 제대로 되는 거 맞아?
여전히 방안에서 맨발로 있을수 없었다.
추위와의 싸움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온도조절기가 붙은 얼음장같은 벽과의 싸움
온도조절기가 붙은 벽은 단열이 전혀 안되어 있어서, 방안 온도가 아니라 벽 너머의 바깥온도를 가리킨다. 즉, 희망온도로 설정해놔도 바깥이 얼음장이면 보일러는 절대 꺼지지 않는다.
단열과의 싸움. 온도조절기 벽뒤로 뚫려있던 전선박스 속으로 차디찬 겨울 바람이 숭숭.
이것부터 막자.
당장 찾은건 여행갔을때 호텔에서 챙겨온 바디 스펀지. 열심히 열심히 구멍을 매꿧다.
힘들게 손가락만한 볼트를 두개 조이고 조절기를 고정하고 온도 테스트. 실패다. 원인은 아직도 온도조절기 뒤에서 오는 외풍이 민감한 온도조절기를 건드렸다.
두번째는 온도조절기가 붙은 뒷편으로 최소한의 전선나오는 구멍을 제외하고 테이프로 막는것.
어렵게 어렵게 재단하고 볼트를 조이고 다시 테스트. 그러나 실패.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고 심각해진다.
세번째는 온도조절기를 벽에 고정하는 고철 부품의 온도를 온도조절기로 오지 않게 하는 것.
이케아 건전지가 담겨있던 두꺼운 박스종이를 펼쳐서 조절기 뒷편의 모양으로 재단하여 겨우 붙이고 볼트를 조이고 온도 조절기 테스트. 너무 화나게도 실패다.
다시 생각해봤다. 어딘가 아주 미세한 틈사이로 전해오는 찬기때문이다. 벽을 만져봤다.
차디차다. 즉. 이 벽은 존재 자체가 얼음벽인것이다. 수도계량기 동파 안되게 하려고 헌옷 넣던게 생각나서 옷장에서 더이상 못사용하는 양말과 주방의 오래된 행주를 가지고 와서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뚜겅을 열고 , 열심히 하나하나 찬바람 나오는 모든 구멍을 매웠다. 백프로 매우지는 못했지만 손을 넣었을때 적어도 바람기가 느껴지지 않을때에 비로소 모든 작업을 끝냈다. 다음은 꽉 찬 옷가지들 사이로 손가락만한 긴 볼트 두개를 안보이는 저 깊은 속에 잘 고정하는게 진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겨우 겨우 온도 조절기를 고정하고 테스트.
실패!라고 하기 뭣하게 미묘하게 아까보다 온도가 덜 떨어졌다. 아까까지 답없이 9도-10도 를 가리키던 온도 조절기가 12-13도 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기뻤다.
하지만 여전히 온도 조절기는 실내 온도와 너무 달랐다.
물론 실내 온도도 따듯 하다고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답이 없는 문제의 온도조절기의 현재온도가 불안해서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온도측정기를 주문했다. 기왕 사는거 습도도 표시되는 것으로 주문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도측정기를 집에서 켰다.
5분 정도의 적응 시간을 거친 온도 측정기는 말해줬다.
지금 온도는 고작 16도 라고.
그때부터 넓은 창과의 단열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