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기 2편 섬투어 1일차 마누칸섬

우리는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7일 중 2일을 섬(마누칸섬, 마무틱섬, 사피섬)투어 일정으로 정했다. 열심히 준비한 스노클링 장비를 이용해서 스노클링을 매번 하기로 했고 해양레저 중에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판단된 씨워킹도 추가적으로 하기로 했다.

일단 코타키나발루에서 섬 투어를 가려면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그 배편을 구입하는 일에는 성가신 점이 있다. 장사에 빠삭한 현지인들에게 배편 흥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블로그 글을 읽고 온 친구 덕분에 대략적인 가격은 알고 있었지만 현지인의 능수능란한 장사 패턴에 흥정이 쉽지가 않았다. 우리는 제셀턴 포인트에 있는 11개의 창구를 돌며 겨우 당일 배편 티켓과 다음날 배편 티켓을 구입했다. 제법 괜찮은 가격에 구입한 것 같다.

어렵게 출발한 첫날은 마누칸 섬으로 갔다. 물살을 가르며 빨리 달리는 보트는 파도의 높낮이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퉁퉁-퉁퉁 엉덩방아를 찢으며 어마어마한 바람을 맞으니 이 상황에 웃음이 깔깔 나왔다. 15분 정도 달리고 나니 어느덧 멀리 보이던 섬이 눈앞에 다가왔다. 부둣가에 다가갈 때 배가 포물선을 그리며 속도를 줄였는데, 눈앞에 다가온 푸른 섬과 파란 바다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마치 3D 게임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누칸섬에서 스노클링하기

마누칸 섬에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탈의실로 향했다. 친구와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아름다운 자연 속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섬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결합된 공간이 있다. 어두운 불빛, 축축한 바닥, 신발에 밟히는 모레, 수많은 풀벌레 소리, 유리 없는 창문 밖에서 흔들거리는 트로피컬 나뭇잎들. 눈과 귀로 전해지는 이색적인 감각에 옷을 갈아입기 좀처럼 쉽지 않았지만 하나도 수고스럽지 않았다.

우리는 곧장 어마어마한 뿌리가 노출된 나무 근처의 해변가로 향했다. 이곳은 친구가 알아둔 스노클링 포인트다. 크록스를 벗고 오리발을 신고 바다로 향하니 기분이 이상하고 신났다. 파도에서 밀려온 모래와 산호 가루가 발바닥과 오리발 사이로 들어가 제법 아팠지만, 푸른 바닷속에 아름다운 광경에 마법처럼 괜찮아졌다.

스노클링 초보인 우리는 무릎 정도 오는 얕은 바다에서 간단한 연습을 했다. 혹시라도 파도에 밀려나지 않게 한쪽 손을 잡고 손가락 신호를 주고받으며 오리발로 가볍게 바다를 돌아다녔다. 제법 스노클링에 익숙해진 우리는 내 키 정도 오는 곳까지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속

바닷속은 정말 아름다웠다. 백색 모레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바닷속 지형을 자유자재로 오고 가는 수많은 열대어들이 제각각 바빴다. 뭐가 있는지 모레 바닥을 열심히 쪼는 물고기들을 보고 어항에 실버팁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너무 신기한 것은 물고기들이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곁을 맴돌며 우리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먹이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다.

파도를 가르며 물 위를 돌아다니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스노클링 중간에는 힘이 달려 마트에서 사 온 초코맛 시리얼을 과자처럼 먹었다. 입가 맴도는 바닷물의 짠기와 함께 달달한 시리얼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줄무늬 물고기, 점박이 물고기, 초록색 물고기, 검은색 물고기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너무도 다양한 형태의 바다 생명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우리는 긴 시간을 물속에서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며 보냈다. 입가의 짠 기가 진해지던 무렵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다. 바닷물과 모레에 뒤덮인 스노클링 장비와 래시가드를 겨우 정리하고 나니 진이 다 빠졌고 배가 고파왔다.

섬 입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아랑?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가격이 비쌌기에 적당한 가격대의 햄버거 세트와 코코넛을 시켰다. 메뉴를 막 주문하고 잠깐 멍 때리다가 친구와 나는 소지품 정리를 했는데, 그러다가 우리가 현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편 예약에 가진 현금을 거진 다 지불하고 나니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동전까지 탈탈 털었지만 햄버거 세트 하나만 먹을 수 있었다. 황급히 점원을 불러 코코넛 음료를 취소했다. 친구와 내가 패기롭게 더 많은 음식을 시키지 않았음에 안도했고 코코넛 음료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진땀 나는 상황을 모면한 친구와 나는 만약 돈을 못 내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었다. 햄버거는 정말 꿀맛이었다. 잔돈 부족 해프닝 덕분이다.

섬에서 돌아오는 배를 타고 오면서 내일도 섬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완벽한 샤워는 어려워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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