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기 1편 친숙한 듯 안 친숙한 곳

코타키나발루 여행에 앞서 나는 비교적 말레이시아 문화와 친숙하다. 이유는 싱가포르에서 지낸 경험 때문이다. 빽빽하게 잘 구획된 대도시 싱가포르에서 일하셨던 이모 덕에 방학이면 종종 한 달 동안 지내곤 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된 지역이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싱가포르에서 버스로 30분이면 말레이시아 말라카에 갈 수 있고, 말레이시아 음식은 싱가포르 곳곳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기억

8년 전, 이모의 휴가 기간에 맞춰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의 창가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착륙할 때 봤던 광활한 야자나무숲을 잊지 못한다. 싱가포르는 작기도 하고 워낙 도시라서 자연을 거대하게 느낄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근거리에 빼곡하게 숨 쉬는 숲이 있다는 사실이 꾀나 충격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두 지역으로 나뉜다.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반도 말레이시아와 코타키나발루가 있는 동말레이시아다. 이번 여행지인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 북쪽의 사바 지역에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줄여서 “KK”라 부른다. 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 이름인데 도시 이름에도 포함될 만큼 동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중요한 산이라고 한다.

익숙하지만 다른 곳, 코타키나발루

코타키나발루에 가려면 한국에서 약 5시간 30분 정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제법 힘들다. 밤 11시30분쯤 도착한 조용한 코타키나발루 공항에는 싱가포르에서 종종 맡았던 물 향기가 났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는 싱가포르에서 종종 봤던 흰색 검은색으로 번갈아가며 칠해진 보도블록 연석이 눈에 띄었다. 반가웠다.

이렇게 모든 게 익숙하고 반가웠지만 8일간의 여행 동안 힘들었던 점은 음식이었다. 락사, 나시르막, 사테이 등… 친구의 철저한 여행 계획 하에 유명한 말레이시아 음식을 다 먹었다. 같이 간 친구에게 말레이시아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급히 철회해야 했다. 싱가포르에서 가끔 먹었던 말레이시아 음식을 8일 동안 매 끼니로 먹어야 하니 쉽지 않았다. 내 입맛에는 유일하게 가야 코코넛의 코코넛 쉐이크만이 허락되었다.

코타키나발루 머스트해브 가야코코넛

코타키나발루는 햇살이 정말 강하다. 잠깐 호텔 수영장에서 온몸에 선크림을 안 바르고 수영을 하면 수영복을 주변으로 새카맣게 타버릴 정도다. 그래서 늘 밖에 나가기 전에 온 몸에 꼼꼼하게 선크림을 발라야 했다. 물놀이를 위해 사용한 워터프루프 선크림은 물에 잘 지워지지 않아 매번 오일 클렌징을 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아서 애먹었다.

또, 코타키나발루는 열대우림이 우거져있어 모기가 아주 다양하고 많다. 나는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붓는 체질이라 더욱 열심히 모기기피제를 뿌렸다. 독한 향기 때문에 뿌린 자리에서 도망을 치며 도포를 하는 상황이 매일 벌어졌고 친구와 나는 팔과 다리 한쪽 면에 세 번씩 이라는 규칙까지 만들어가며 이 과정을 매일 반복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코타키나발루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누칸, 마무틱, 사피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만난 바닷속에 살아 숨 쉬는 산호와 물고기는 적응 안 되는 말레이시아 음식과 불편한 선크림, 모기기피제 도포 작업을 잊게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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