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분주하다. 아침의 고요하고 에너지 넘치는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냉동실에서 식빵을 꺼내고 재빨리 토스트에 집어넣는다. 식빵이 없다면, 요거트+그래놀라 혹은 우유+그래놀라 조합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드립커피 준비다.
간단한 아침 준비를 하고 나면 내가 제일 공을 들이는 시간이 시작된다. 찬장에서 지퍼락 봉투를 꺼낸다. 그다음 지퍼락 봉투 안에 든 유리 밀폐용기를 꺼낸다. 두 번의 빗장을 풀고나면 원두가 향기를 풍긴다.

드립 준비물
나는 저울에 원두를 잴 때 종이 필터를 사용한다. 밑부분이 평평한 웨이브형 필터를 쓰기 때문에 원두를 담기에 좋다. 저울에 16g의 원두를 잰다. 정확한 무게로 담지만, 종종 기분에 따라 소수점 아래의 g이 삐져나가도 용인한다.
종이 필터에 담긴 원두를 그라인더에 부어준다. 그라인더는 타임모어의 C3을 사용한다. 원두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라인더 안으로 들어간다. 뚜껑을 닫고 곧바로 갈지 않는다. 그 사이 물을 끓일 준비를 해야 한다.
16g의 원두를 드립 하기 위해 350ml의 물을 드립 서버에 준비한다. 250ml는 커피용, 나머지는 필터를 적시고 컵을 데우는 데에 사용한다. 펠로우 드립포트에서 100도로 끓인 물로 필터를 부드럽게 린싱하고, 물 온도가 92도로 유지되게 맞춰둔다.
드립커피 레시피
이제 원두를 신나게 갈 차례다. 창문 밖에 보이는 운동장과 산을 보며 어깨와 손은 그라인더를 돌리느라 열일을 한다. 특히 약하게 볶은 원두는 단단해서 그라인더를 돌리는 힘이 많이 필요하다. 갈린 원두를 드리퍼에 담아주고, 그라인더에 붙은 커피가루도 살뜰히 솔로 모아 담는다. 탄성이 좋은 솔은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바닥이 커피가루 천지가 된다.
92도의 물과 16g의 원두, 드립을 위한 준비가 끝나면 주전자를 들고 타이머를 시작한다. 반드시 그램이 0점에 잘 맞았는지 체크해야 한다. 고요한 3분의 마법이 시작된다.
첫 번째 드립은 풀풀 날리는 원두를 따듯한 물로 뜸을 들이는 일이다. 원두가 고루 적셔지도록 나선형을 그리며 15초 동안 40g의 물을 떨어뜨린다. 원두가 가스를 배출하며 봉긋한 산 모양이 된다.
30초의 기다림 뒤에 두 번째 드립이다. 두 번째 드립은 원두의 깊은 맛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중앙에서부터 바깥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15초 동안 70g의 물을 붓는다. 너무 급하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붓는 것이 포인트다.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커피를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세 번째 드립은 이전에 부어준 물이 드리퍼 안에 조금 고여있을 때 시작한다. 이것은 내 방식이다. 물이 잘 지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세심히 살피며 나선형으로 부어준다. 15초 70g으로 동일하다.
마지막 드립은 2분 10초 언저리에 진행한다. 마지막 드립이므로 온전히 부어내고 물이 내려가는 정도와 시간을 체크한다. 15초 70g 동일하다. 그렇게 3분 무렵에 드립이 완료된다. 소중한 250ml의 커피를 따듯하게 데워둔 컵에 담고 실리콘 뚜껑을 덮어 아침밥 옆에 가져다 둔다. 드리퍼와 서버는 바로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말려둔다.
테이블 위 아침밥과 모닝커피가 나를 반긴다. 행복하다.
블루보틀 드립커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답글 남기기